시작
개발자로서, 사회인으로서
늘 글을 써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기술 블로그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고, 개발자로서 실력 상승과 동시에 내 못다이룬 목표를 이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필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했던가, 근 몇년 사람의 언어보다 JS, SQL 따위의 컴퓨터 언어를 많이 쓴 탓에, 언어적인 능력이 퇴화함을 느꼈고 내 글쓰기 능력 또한 처참함을 깨달았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글을 집필하기에 앞서, 재활치료할 요량으로 조금은(아니 많이) 두서 없는 나의 첫 글을 쓰려고한다.
개발자로서 시작
‘개발을 언제 시작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작년 여름 진행했던 ‘매드캠프’라고 답하고 싶다. 그 전까지는 막연히 무언가(웹, 앱 등등,,)을 개발하고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목표에 비해 나의 개발 지식, 개발 실력은 정말 부족했다. 사실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나는 누나에게 늘 컴맹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고, 3학년이 되어서야 전산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늦은 시작과 함께, ‘개발자’가 아닌 ‘연구자'를 양성하는 카이스트의 분위기가 더해져 나는 개발 못하는 4학년이 되었고 자신감도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매드캠프’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 생각보다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으며,
- 어떻게든(이 부분이 중요하다)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는 점이다.
특히, 4주간 매주 하나의 앱/게임을 만들고 발표하며, ‘어쩌면 나…. 개발에 소질 있을지도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4학년 2학기 4명의 팀원들과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당시 나는 파이어베이스를 이용하여 백엔드….스러운 역할을 수행했고, 당연하게도 SOLID, MVC, 모듈화 등 개발 전반에 걸친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내가 개발한 코드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내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내가 코드의 유지 보수를 위해 시도했던 방법이 ‘백엔드 코드를 한 파일에 모아두기’ 였다면 믿어지겠는가?(심지어 저 말 그대로 보고서에 적기도 하였다. 물론 영어이긴 했지만…)
아무튼 현업에서 일해본 적은 없었지만,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러다 진짜 망한다..!
그 뒤로 어떤 곳이든 현업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잠 안자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프립’에 지원하였고, 지금까지 약 4개월동안 열심히 다니고 있다. (물론 아직도 잘 잔다. 너무 잘 잔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나는 ‘인턴'이나 ‘학생'이 아닌 ‘개발자’가 되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 지금은 정말 아는 거 빼고는 다 모르는 상태이다 — 오히려 그러한 부족이, 내가 더 빨리 성장하는 원동력이자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는, 무기가 되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금 생각난 건데, 글을 쓰는 것은 자아 성찰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마지막 줄을 쓰는데 양심이 조금 찔린다.)
현재는 TS(node js)와 GraphQL, mysql(+ redis, kafka)을 이용하여 어드민 API를 개발중이며, 이 과정에서 AWS의 ecs, lambda 등 인프라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것은, 어제 퇴근 직전까지 고민했던, Graphql gateway에서 사용하는 권한 체크 plugin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이자 첫 개발 포스팅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생각보다 자료가 없어서 굉장히 고민/고생을 많이한 부분이라 비슷한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사회인으로서의 시작
사회인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지만, 학교밖으로 나와서 돈을 벌면 사회인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은 부족하지만, 사회인이 되었다.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럴것이, 나라는 인간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나를 칭하는 말들만 ‘건우, 건우 학생’에서 ‘개발자님, 건우님’ 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나를 칭하는 말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변화해야 했다. 아래는 사회인으로 변한 내가 실천한 일들이다.
- 매일 커피 마시기
- 모르는 동료들에게 관심있는 척 말걸어서 친해지기
- 주식 공부하기
- 자심감있게 행동하되 자만하지 않기
- 내 업무를 동료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 계속 공부하기
-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되 늘 의심하기
- 짧더라도 내 자신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주기
- 늘 기록하고 정리해두기
- …. 생략
사실 몇몇 부분은 조금 장난스레 썼지만 대부분 진심이다. 입사 초기에는 내 성장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에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라지만, 나는 좋은 선생님이 학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선생님은 실제 사람이 될수도, 책이 될수도, 경험이 될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모든 사람은 내 선생님이 될수도, 내가 누군가에게는 선생님이 될수도 있다고 믿고 살아간다. 물론, 허세로도 느껴질 수 있는 내 자신감이 내 눈을 가릴때가 종종 있고, 그러한 가림막을 한꺼풀 벗겨내며 성장하고자 한다. 나와 함께하는 능력있는 동료/친구들 모두,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빛을 내길 바란다.
시작의 끝, 시작
내 Medium 첫 글이자, 내 삶의 어느 한 시점을 기록한 이 데이터 판화도 이제 마무리에 이르렀다. 비록 부족한 어휘력에 비해 수다스러운 내 마음에 의해 혼란스러운 글이지만, 그만큼 내 첫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늘 시작은 어렵고 두렵고 설렌다. 개발을 시작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나의 글이, 방황하는 이들을 도와주는 ‘누군가 다녀간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싯구와 함께 이 글을 접는다.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금이라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고,
방황하는 자가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 J. R. R. Tolkien